처음 쓴 문장
2019년 9월 30일 월 오전 4:17
'당신의 시간을 영원히 숨겨두고 싶다.'
밤 별 냄새에 처음 지은 문장이었습니다. 울컥 훔치고 싶은 것은 당신의 역사가 아니라 당신의 남은 시간이었습니다. 한 해 동안 잘 익은 악기를 태우는 불을 보면서, 당신은 불이 좋다고 했죠.
굳어가는 펜으로 끊겨 쓰인 역사, 그 새하얀 뒷장을 찢어간 당신은 어느 시절을 걷고 있었을까요. 꽃잎과 낙엽이 함께 지던 기묘한 계절, 대지에서는 내리 잠을 자던 흰색 실이 뽑혔습니다.
나는 실을 엉클며, 당신의 밤 별 냄새 틈에 오르던 불씨가요, 겨울을 한 번도 지낸 적 없는 코트 안주머니를 아궁이로 삼길 바랐습니다. 평생을 그 안에서 기거하길 바란다고 적었습니다.
태우지 않은 심지로 글을 쓰던 이런 날, 당신은 이미 잘 익은 소리에 올라타고 있었습니다.
삶을 까맣게 태워본 사람은 압니다. 시간을 진압하지 못한 대가는 기약 없는 긴 시간뿐이란 것을. 당신은 결국 타오르는 악기에 많이 울었을까요. 말이 없는 당신을 등지고 나는 많이 울었습니다.
그러나 알아주세요. 계절은 바뀌고 있습니다. 나는 엉클었던 심지를 풀어다 첫 눈밭 같이 하얀 베를 짭니다. 새 페이지를 만들려구요. 우리의 다음 기록을 위해서 말입니다.